세리서점
우리 동네 작은 책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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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역 근처 상가 골목길 모퉁이에 자리한 작고 예쁜 동네 서점이예요. 책을 사지 않아도 돼요. 책 냄새 맡으며 편하게 들렀다 가세요.
백석역 근처 상가 골목길 모퉁이에 자리한 작고 예쁜 동네 서점이예요. 책을 사지 않아도 돼요. 책 냄새 맡으며 편하게 들렀다 가세요.
[고양신문] 나는 왜 세리서점을 열었을까
2025-08-07
윤상근의 동네서점기행 ➊ 세리서점
[고양신문] 서점을 열었다. 서점을 열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 이유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파편적인 기억 속을 더듬어 본다. 전주 남부시장 2층에 청년몰이 조성됐다. 같이 밴드를 하는 친구들과 전주로 단합대회를 갔다가 청년몰을 구경했다. ‘책방 토닥토닥’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서점은 책으로 빼곡했다. 사장은 계산대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꼭 책을 한 권 사가리라는 알 수 없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내방 책장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한 권을 꺼내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좌이체로 결제했다. 카드결제가 아닌 현금결제를 해야 한다는 마음 역시 어디서 왔는지 기원을 알 수 없다.
친구의 친구가 이대 앞에서 운영하는, 지금은 문을 닫은 ‘퇴근길 책 한 잔’에 놀러 갔다. 처음 보는 사람들 틈에 앉아 술을 마셨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이름을 가진 책을 샀다. 서점 사장한테 잘 보이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기울어진 세상에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만큼 서점 사장은 참 멋져 보였다.
고양신문 필진인 김경윤 선생은 일산의 ‘자유청소년도서관’의 관장이었다. 기꺼이 도서관 공간을 내어준 선생 덕분에 그곳에서 나와 고양에 사는 동료들은 술을 퍼마시며 떠들었다. 도서관 안에서 마시는 술은 참 달았다. 이따금 그곳에서 각자가 공부하고 있는 주제를 돌아가며 발표하며 서로를 배불렸다.
고양의 청년들과 ‘지하’라는 자치공간을 만들었다. 건물을 가진 동료의 아버지는 자신이 술을 담그는 공간으로 이용할 예정이었던 건물의 지하공간을 우리에게 양보했다. 경기도가 우리의 꾐에 넘어가 2000만원을 인테리어비로 지원해 줘 제법 근사한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공간에 모여서 동료들과 크고 작은 용역을 받아 수행했고 고양시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삶의 무대로 만들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공간이 비는 날에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와 와인을 마시며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렇게 성사된 결혼식 후에 나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가좌동으로 이사했다.
가좌동에서 주민자치회 위원을 했다. 마을을 걸어 다니던 어느 날 서점 ‘이랑’을 발견했다. 사장과 의기투합해 동네 사람들과 서점에서 가좌의 삶을 바꿔보자 외쳤다. 서점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모였다. 마을에서 함께 산책하고, 책을 읽고, 플리마켓을 열었다. 물건을 팔아 거둔 수익금의 일부를 빼돌려 가좌동 청소년들에게 책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을 벌였다.
5월 26일 해질 무렵 나는 세리서점 창가 의자에 앉아 있다. 날씨가 좋았던 오늘은 두 명의 손님이 서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책은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세리서점 문을 열고 넉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이 이어졌다. 책은 생각보다 많이 팔렸고 이러다가 잘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떴다. 서점을 열기 전 작가 조지 오웰의 『서점의 추억』을 읽었다. “우리한테 오는 손님 중 대다수는 어느 곳을 가든 민폐가 될 사람들이지만, 서점에서는 더 특별한 기회를 노리는 부류”라는 그의 말은 낙담보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서점을 연지 일주일쯤 지나 손님이 들어와 옆집 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30년 전 중국에서 차(마시는)를 수입하던 일을 회상했다. “당시의 저는 차의 유행이 코앞에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안 왔네요” 소설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얼마나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을까. 그는 마음에 드는 공간이 생겼는데 곧 이사를 앞두고 있어 아쉽다며, 다음에 방문할 때는 집에 있는 좋은 차를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
그랬다. 그래서 서점을 열었던 것이다. 모든 개체가 그렇듯 공간은 중력을 가진다. 중력에 끌려버린 사람들은 모이면 떠들며 짙거나 흐린 관계를 맺는다. 관계는 작당을 하고 쓸모가 있건 없건 뭐든 해낸다. 찾아보니 남부시장의 서점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 이대앞 서점은 문을 닫았다. 김경윤 선생은 가파도로 가버렸다. 공동체 공간을 표방하며 만든 지하는 함께 만든 청년들이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며 문을 닫았다. 나의 주민자치회 위원 임기는 끝났다. 나는 서점을 열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산을 드나드는 관문이라 생각한 백석역 인근에 서점을 열어 책을 팔고 있다. 여러분, 책을 사러 오시고 당신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시라.
기자명 윤상근 세리서점 대표 입력 2025.06.04 15:42 수정 2025.06.04 15:56
유저 리뷰 : Sophia
2025-09-19
동물병원에 가던 길에 우연히 발견해서 홀린듯 들어간 서점입니다. 동네 책방이 너무 귀한 요즘이라 너무 반가웠습니다. '사랑방'이라고 여겨질만큼 편안한 느낌이 충만한 장소였고 사장님의 추천을 구매한 책을 다 읽으면 다시 방문할 예정입니다. 세리서점이 이 자리에 오래오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고양신문] "대선 치르며 지역 구성원임 새삼 느껴... 생활기반 정치 펼칠 것"
2025-08-07
지역 일상과 대선 뒷이야기, 주요 의제 등
주민 30여명과 2시간 넘게 허심탄회 대화
지방정부 및 주민자치권 중요성 강조
"고양주민으로서 지역활동 늘릴 것" 다짐
[고양신문] 고양시 행신동 주민인 권영국 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현 당 대표)가 지역 주민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지난 8일 백석동에 자리한 '세리서점'에서 약 3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양주민 권영국의 귀갓길 토크’ 행사가 열렸다.
사전에 접수받은 참석자 질문을 바탕으로 사회자(류소연 연극창작자)와의 질문답변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고양주민으로서의 권 대표 일상과 대선출마 뒷이야기, 주요 현안들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고갔다. 이날 나왔던 이야기의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Q. 고양시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가요?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는 어떤가요?
A.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동안 고양시에서의 생활 자체는 사실상 ‘지나치는 삶’에 가까웠습니다. 정의당 대표 시절에는 특히 전국을 돌며 일정이 바빴기 때문에 고양시에서는 잠만 자고 나가는 정도의 생활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강남 사무실로 출근하고, 밤 늦게야 귀가하는 날이 많다 보니 동네 주민들과 교류할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 제가 사는지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고, 저 역시도 누가 같은 단지에 살고 있는지 잘 몰랐습니다. 가끔 경비실 아저씨와 인사하는 정도가 거의 유일한 동네 교류였지요. 그런데 지난 대선을 계기로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TV 토론회에 등장하고 언론에 노출되면서, 동네에서도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아파트 반장으로 보이는 분이 산책 중인 저를 보고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여기 사세요? 와, 영광입니다”라고 인사해주셨던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서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나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자를 쓴다고 해서 얼굴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또 주민들의 반가워하는 인사에 마음이 풀리더군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도 이 지역의 한 구성원이구나’라는 감각을 조금씩 갖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고양시에서 좀 더 생활 기반을 만들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정치 활동이나 소통의 장을 열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Q. 고양시 지역 활동이나 정치 계획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A. 민주노동당은 지역 기반이 중요한 정당입니다. 특히 고양시는 심상정 전 의원의 지역구로서 상징성이 크지만, 현재 지역위원장이 공석인 상태입니다. 저는 고양시 지역 조직을 복원하고, 정치 기반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지역에서 충분한 활동을 못 해 아쉬움이 큽니다. 때문에 지역 서점이나 커뮤니티 공간을 기반으로 한 독서 모임, 정책 토론회, 생활 의제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주민 모임 등 작고 실질적인 연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지역 의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당 조직을 실질적으로 회복할 계획입니다.
Q. 대선 공약에서 지방정부와 자치권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셨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우리 사회는 대통령 중심제와 중앙정부 중심의 정치 구조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만 잘 뽑으면 나라가 잘 굴러갈 것이다’라는 환상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정작 시민의 일상은 지방정부, 즉 시·군·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정책과 행정 결정에 더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방정부, 특히 읍·면·동 단위의 자치권 강화를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5·16 군사쿠데타 이전까지만 해도 읍면동 단위에서 자치가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당시에는 마을의 존경받는 인사가 읍장을 맡기도 했고,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구조가 존재했죠. 그러나 쿠데타 이후 중앙집권적 통치 체제로 회귀하면서 주민들의 정치 참여 통로가 차단됐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오늘날 '주민이 행정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구조 속에 살고 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거리의 광장이나 투표소에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민이 자신이 사는 마을의 쓰레기 문제, 공원 조성, 복지예산 배정 같은 구체적인 의제에 참여하고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주권자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경험과 권한을 가장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방정부입니다. 진보정치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작은 자치의 단위를 되살리고 강화하는 일입니다. 정치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동네’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 대선에서 진보 진영이 얻은 성과는 무엇이라 보시나요?
A. 첫째, 분열돼 있던 진보 정당(민주노동당, 녹색당, 노동당)과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한 것 자체가 큰 성과였습니다. 끝까지 단일 후보로 완주한 경험은 진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만들었습니다. 둘째, 광장의 소수자 목소리를 선거 공간에서 정치적으로 대변했습니다. 제가 토론회에서 "혼자 오지 않았습니다"는 발언과 함께 산업재해 희생자와 소수자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한 순간, 많은 분들이 울컥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울림이 사회적 의제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2025년 진보 정치의 핵심 의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핵심은 ‘불평등’과 ‘차별’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삶이 팍팍하고 불행하게 느껴지는가를 고민하다 보니, 결국 구조적 불평등과 사회적 차별이 근본 원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혐오가 정치화되고 사회가 갈라지는 현상은 매우 위험합니다. 여기에 기후 위기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제 폭염 속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기후 위기로 인해 이제는 생존 그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고, 기후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진보 정치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Q.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20대 남성의 극우화, 청년의 우경화 현상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A. 저는 이 문제의 본질을 ‘삶의 불안정성’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찾습니다. 20대 청년들은 고도화된 경쟁 사회에서 끊임없는 평가를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대학을 가도 취업은 어렵고, 비정규직이나 열악한 일자리가 기다립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결혼·출산은커녕 독립조차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나는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부모 세대보다 더 나빠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갖게 되고, 분노와 불만이 쌓여간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분노가 향하는 대상이 사회적 약자에게 향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정치는 이를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조장했습니다. 이준석 같은 정치인은 젠더 갈등을 부추기며 남성 청년의 박탈감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임금을 다르게 주자거나, 여성이 군대를 가지 않기 때문에 역차별받는다는 담론은 그러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이는 사회적 약자끼리 싸우게 만드는 '분할 통치'입니다. 정치는 이런 갈등을 해소해야지,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저 역시 반성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이대남의 박탈감에 대해 정의당이 제대로 된 공약과 대화를 준비했는지 돌아보면 부족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젠더 폭력 대응은 강조했지만, 군 복무나 일자리 문제, 남성 청년의 정서에 대해 직접 호소하지 못했습니다. 진보정당이야말로 이들의 불안정한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청년들에게 차별이 아니라 공정한 출발선과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Q. (청소년 질문)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경제적 독립을 못한 상태여서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무력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A. 청소년들이 느끼는 무력감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사회 구조상 경제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아직 독립적 권한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중요한 건 ‘무력감은 혼자 있을 때 더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저 역시 사회생활 초년생 시절, 회사 안에서 부당한 노동 환경에 좌절했지만, 그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느낌에 깊은 무기력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면서 ‘함께 행동하면 변화는 가능하다’는 걸 체험했습니다.
정치적 참여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마을 모임, 동아리, 동네의 작은 봉사활동도 시작입니다. 현재 정당 가입도 만 16세 이상이면 가능합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참여 경험은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해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간디학교 사례처럼 학생이 학교 안에서 모의 정당을 만들고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방식도 정치 참여의 실질적 훈련이 된다고 봅니다. 청소년들에게는 아직 투표권이 없지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행동 권한’은 충분히 있습니다. 지역 커뮤니티 참여, 독서 모임, 사회운동에 연대 서명하거나 캠페인을 주도하는 것 이런 모든 참여가 시작입니다. ‘작은 참여가 커다란 변화를 만든다’는 믿음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입시경쟁과 교육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법을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현재 교육 경쟁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목적이 자기실현이 아닌, 높은 급여와 처우를 가진 직업을 얻는 수단이 되어버렸죠. 결국 문제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사회가 제공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또한 부모의 배경에 따라 청년의 출발선이 갈리는 현실도 교육 불평등의 큰 원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의당은 청년 사회상속제, 기초자산제, 상속·증여세 인상 등으로 동일한 출발선을 보장하는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자명 남동진 기자 입력 2025.07.09 15:50 수정 2025.07.09 22:04
[고양신문] “여자 셋이서 폼나게 술 먹으려다 책모임이 됐네요”
2025-08-07
<책읽는 사람들_지니회>
10년 훌쩍 넘긴 장수 책모임
다양한 직업, 구속 없는 멤버십
[고양신문] “여성회원 3명이 있던 독서회에 감히 손위 남성이 끼워달라 요구하여 회원이 되고 10여 년이 되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고’ 했지만 책모임은 꾸준하게 지속되어 왔습니다. 저는 매달 선정된 책은 되도록 사서 읽기로 했기에 쌓아 놓으면 저의 작은 키를 넘길 것 같습니다. 매번 다음 달 책 선정은 자유롭게 추천합니다. 저는 문과 출신이라 아무래도 읽는 책들이 관련 분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데 모임 구성원들이 다양하다 보니 의학 과학 등의 자연 과학책을 읽을 수 있어 편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저도 ‘지니 독서회’를 참여한 지 10년 이상 되었습니다. 많은 책을 회원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고, 작가 초청 모임도 여러 번 가졌습니다. 각자 살아가는 일상과 현실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어느 인문학자가 자유는 단지 권리가 아니라 획득해야 할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만의 렌즈가 아니라 다양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기술이자 아무도 상상한 적 없는 무언가를 상상해서 아름다움이나 의미나 영감을 찾는 기술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독서회를 통해 옹색해지려는 나의 생각과 삶에서 좀더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지니회’ 독서모임은 10여 년 전 지역에서 일하는 3명의 ‘여자 사람들’로부터 시작됐다. “그냥 술 먹으면 좀 미안하니까 책 한 권씩 끼고 먹자”는 그런 만남이었다. 그렇게 ‘뻔뻔한’ 술모임에 아는 사람들이 함께 하면서 어느 순간 ‘진짜’ 책모임이 되었다. 정형외과 의사, 지역신문 관계자, 한의사, 시민단체 대표, 정당 관계자, IT전문가, 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회원들이 참여했다. 멤버가 다양해지니 읽은 책도, 형식도 더 풍부해졌다. “함께하는 회원분들의 삶에서 배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독서회의 의미는 저의 좀 더 자유로운 삶에 도움이 되었다는 겁니다.” 지니회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고광석 원장(대명한의원)의 참여 평이다.
고 원장은 4월 둘째 딸을 결혼시키고 그 답례품으로 『북한지리지』라는 매우 두꺼운 책을 지니회 멤버들에게 선물했다. 덕분에 4월에는 모두가 북한지리지 책을 읽고 토론을 나누었다. 그동안 몰랐던 압록강 뗏목, 조중협약에 따른 국경 조정, 백두산 천지와 삼지연의 아름다운 모습, 청진 김책시(성진) 신포 함흥에 관한 인물과 지리 역사, 남북철도와 시베리아 철도의 모습을 사진과 이야기로 소개하는 매우 희귀한 책이었다. 4월 지니회에서는 책에서 소개된 생생한 북한 이야기와 함께 새로 파주 장학관으로 일하게 된 회원, 중국진출을 하게 된 구성원들의 소식을 나누고 응원을 하기도 했다. 딸을 결혼시킨 고 원장의 자랑은 덤이었다.
김대식 『빅퀘스천』, 강용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김기현 교수의 『인간다움』,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고병권의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오건호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태가트 머피의 『일본의 굴레』, 이욱연의 『홀로 중국을 걷다』, 김민섭의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이충녕의 『어떤생각은 나의 세계가 된다』,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원영·김초협 『사이보그가 되다』. 2024, 2025년 지니회가 읽은 책이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주강현, 오건호, 이욱연 작가 등 다양한 저자 초청 특강도 지니회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멤버가 다양하니 네트워크를 활용한 초청이 가능했던 것. 모임이 10년이 넘다 보니 다들 읽은 책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지만 지니회가 지속되는 이유는 구속 없는 멤버십, 자유로운 추천, ‘음주독서’가 아닐까.
“이 모임의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분위가 장수의 요인인 것 같습니다. 모두 다 모이는 경우도 드물지만 그래도 과반 이상 정도는 항상 모이는 수호지 양산박의 걸물들처럼. 한 달에 한 번 책을 정독할 기약도 없는 눈이 침침한 나이가 되니 이 모임이 더욱 소중합니다.”
지니회의 4번째 멤버인 윤주한 전 고양신문 발행인의 소감이다.
기자명 김진이 전문기자 입력 2025.05.09 18:56 수정 2025.05.19 11:45
[고양신문] “유튜브 쇼츠보다 재미있는 동네서점 오세요”
2025-08-07
윤상근 세리서점 대표 인터뷰입니다.
❚동네서점을 열게 된 계기는.
40이 되기 전에 사장이 되고 싶었다. 어떤 사장이 제일 폼이 날까 고민해봤다. 다른 일들을 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싶었다. 서점 사장은 책값 계산만 잘하면 된다.
❚동네서점은 어떤 곳일까.
우리 서점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교보문고가 있다. 서점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교보문고에 갔다가 간이 콩알만 해져서 돌아왔다. 역시 책을 파는 공간이더라. 그러면 우리 세리서점은 어떤 곳일까를 고민했다. 제가 서점을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4년 전이다. 그동안 서점의 모습과 역할을 상상해왔다. 간혹 놀러 온 지인들과 우연히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들은 질문한다. ‘여기는 어떤 곳인가요’하고. 그 궁금증에 어떻게 답을 해야할까를 이제부터 고민해보려고 한다. 저는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꽤 흥미로워하는 사람이다. 동네서점 세리서점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다. 물론 책을 판다. 대여는 안한다. 도서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이 오길 바라나.
그냥 누구라도 제발 저 문을 열고 들어와주면 좋겠다. 책 안 사도 된다.
❚지역에서, 고양에서 세리서점은 어떤 공간, 의미가 되길 바라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서재가,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래장소가,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거나 할 일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다만 앞서 말한 것들은 내 바람일 뿐이다. 지역과 고양에서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서점을 열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자, 여기 이곳에 제가 서점을 열었다.
❚세리서점은 무슨 뜻인가.
제게 하나뿐인 딸 이름이다. 세상 세, 마을 리. 세상의 마을.
❚시민들에게 하고픈 말은.
“다들 책 사세요”. 매일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도 문득 그런 자신이 싫을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 책, 동네 서점을 찾아가자. 그렇게 서점을 둘러보고, 책을 한권 들고 서있다보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멋지다고 느낄 것이다.
기자명 김진이 전문기자 입력 2025.02.07 20:34
[고양신문] 책 읽으러, 심심해서… 누구에게나 열린 동네서점
2025-08-07
일산 백석동에 문 연 '세리서점'
주인장이 책 추천,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랑방
[고양신문] ‘우리한테 오는 손님 중 대다수는 어느 곳을 가든 민폐가 될 사람들이지만, 서점에서는 더 특별한 기회를 노리는 부류.’(조지오웰 『서점의 추억』 중)
'세리서점'에서 책을 사면 건네주는 책갈피 문구다. 일산 백석동에 지난 1일 문을 연 세리서점. 음식점, 주점, 카페가 그득한 백석동 상업거리 안쪽에 자리한 세리서점의 첫 인상은 고급지다. 나무책장들과 주인장이 잘 고른 책들, 안쪽의 모임방, 커피향을 머금은 찬장 위에는 다양한 위스키가 놓여있다.
“30대가 끝나가던 어느 날 문득 청소년 시절 잠이 들기 전까지 몰두해 읽던 책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 글은 제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줬습니다. 책을 덮고 눈을 감으면 꿈을 꾸었습니다. 그 속에서 나는 쉽게 한 세계관의 주인공이 되어 모험을 즐겼습니다. 서점을 열기에 앞서 왜 서점이었는가를 고민해봅니다. 글을 다시 읽기 위해서 서점을 시작한다는 것은 반만 맞습니다. 어쩌면 서점을 여는 바람에 글을 읽을 시간이 더 줄어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는 이 공간을 통해서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습니다. 이 공간에서 일어날 새로운 사건들을 마주하고 내가 사회의 어떤 구성원이 되고 싶은지를 알아볼 생각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도, 심심한 사람도 환영합니다.'
세리서점 윤상근 대표의 조금 거창한 초대글이다. 공간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데… 세리서점은 문을 열자마자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출판사 ‘사월의 책’ 안희곤 대표가 찾아와 책과 음악, 위스키를 곁들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다른 생활』 책의 저자이자 자칭 ‘넝마철학 조각가’ 리혁종 작가가 목재에 색연필을 꾹꾹 눌러 간판을 선물했다. 다양한 지인들이 찾아와 책을 사고, 추천하고, 입소문을 내고 있다.
서점을 방문한 이들은 주인장에게 책 추천을 부탁하고, 윤상근 대표는 마다하지 않고 ‘깔맞춤’ 추천을 해준다. 어떤 용기로 요즘같은 ‘시국’에 동네서점을 열었을까. 책을 골라 달라는 고객들에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전부터 ‘핫’한 신인 작가들의 소설까지 추천해주는 윤 대표. 그는 고양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 가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고양신문에서 기자로 일도 했던 그는 지역의 청년 조직인 ‘리드미’를 만들고, 함께 하기도 했다. 그의 다양한 경력 덕분일까. 세리서점은 문을 열기도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오픈 이후에는 다양한 이들이 찾아왔고, SNS에 앞다투어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아직 세리서점의 책장은 많이 비어있다. 그러나 허전하지는 않다. 윤상근 대표가 좋아하는 책, 요즘 ‘핫’한 책들이 적절한 곳에 꽂혀있다. 물론 필요한 책은 언제든 주문할 수 있다. 서점 한켠의 10인 이상의 모임, 작은 공연이 가능한 공간도 마련되어있다. 책, 사람, 환대, 동네가 필요한 이들에게 세리서점은 언제든 따듯하게 열려있다.
세리서점:일산동구 강송로 87번길 8-23 1층.
기자명 김진이 전문기자 입력 2025.02.07 20:21 수정 2025.02.07 20:22